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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저감염병의 특성과 한국의 감염 실태 및 예방법
  • 작성일2012-01-06
  • 최종수정일2012-08-24
  • 담당부서감염병감시과
  • 연락처043-719-7173

     

유비저감염병의 특성과 한국의 감염 실태 및 예방법
Characteristic of melioidosis and current status of infection in Korea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역학조사과             
권근용, 윤승기             

  


 
  1911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얀마 랑군지역의 종합병원에 한 마약중독자가 입원하였다. 그는 비강, 폐, 간, 비장, 신장, 피부에 농양이 있었고 이를 본 영국인 병리학자 Alfred Whitmore와 그의 조수 CS Krishnaswami는‘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말의 비저(glanders, 馬鼻疽)와 유사한 질환’이라 기술하고 학계에 발표하였다. 그 후 이 질병은 그리스어로 당나귀의 전염병을 뜻하는‘melis’와 유사함을 뜻하는‘eidos’의 합성어인‘Melioidosis(유비저, 類鼻疽)’로 불려지게 되었으며, 일부에서는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Whitmore's disease’라 부르기도 하였다. 1917년에 Krishnaswami는 랑군지역에서 100명 이상의 사례를 추가로 보고하였으며, 1932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의학연구소 소장인 Stanton에 의해 원인균이 확인되었고, 균의 이름은 1992년이 되어서야‘Burkholderia pseudomallei’로 명명되었다. 그 후 유비저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지게 된다. 대표적인 유행 사례로는 베트남전 참전 미군에서 본토 복귀 후 대규모로 발생한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질병의 치명률이 매우 높아서 당시에는‘Vietnam time-bomb’으로 불려지기도 하였다[1]. 2000년 들어서는 한국인에서도 해외유입 유비저 감염자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2010년 12월 30일부터「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4군감염병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향후 해외여행 인구가 증가하고 유비저 감염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기상이변이 세계적으로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유비저에 대한 일반적인 특성과 국내현황, 예방법을 정리하여 위험지역 여행객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유비저의 원인병원체인 Burkholderia pseudomallei균은 그람음성간균으로서 유동성, 호기성이 있고 포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전에는‘Pseudomonas pseudomallei’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1992년 Burkholderia라는 생물속이 발견된 이후 Burkholderia pseudomallei로 명명되었다[2]. 이 균은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지역의 습한 토양과 물, 특히 벼농사를 짓는 논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유비저의 발생률과 토양의 Burkholderia pseudomallei균의 양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위험지역인 태국 북동부지역에서는 생산된 벼의 50% 이상에서 Burkholderia pseudomallei균이 배양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이 지역은 토양의 20%에서 유비저균이 검출된 반면, 유비저 비위험지역인 태국 남부지역에서는 0.8%의 토양에서 균이 검출되었다[1,3]. 즉, 감염위험은 토양에 존재하는 균의 양으로 인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토양의 어떠한 환경이 균의 증식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균은 체내 면역항체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인체 세포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어 항생제로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4]. 주로 상처 난 피부와 흡입을 통해 감염되지만 사람 간 전파는 극히 드물며 잠복기는 수일에서 수년까지 매우 다양하여 장기간 잠복한 상태로 있다가 기회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긴 잠복기는 62년이다[5].
  임상증상은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세균성 패혈증과 관련된 증상이 특징적이다.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 폐렴이 나타나는데, 당뇨와 신부전으로 인한 면역저하자에서 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피부접촉보다 흡입으로 인한 감염에서 폐렴 증상이 빨리 발현되며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의식손실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비저는 농양을 많이 생성하는데, 주로 폐, 간, 비장, 신장, 피부를 침범한다. 소아에서는 급성화농성 이하선염을 일으키며 종종 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치명률은 기저질환이 있을 때 증가하며, 동남아시아에서는 50% 미만, 호주 북부지역에서는 19%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1].
  진단을 위해서는 균이 분리되어야 하지만 유비저감염병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당뇨가 있는 성인이 우기에 동남아를 여행하고 왔는데 폐(또는 간, 비장)농양이 관찰된다면 유비저를 의심하여 원인균 배양을 실시해야 한다. 직접면역형광법과 항체검사를 개발 중이지만 특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1].
  유비저는 주로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Ceftazidime이 중증 유비저에서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로 4가지 항생제(chloramphenicol, doxycycline, trimethoprim-sulfamethoxazole)의 병용요법이 추천된다. 소아나 임산부의 경우에는 amoxicillin-clavulanate가 추천된다. 경구 항생제 치료는 20주간 지속하며 병용요법은 첫 8주 동안만 실시한다. 치료시기가 늦어질수록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유비저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예방백신은 없으며 향후 개발 전망도 밝지 않다[1].
  유비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4군법정감염병으로 감시체계상 신고대상 질환이며 역학조사는 유행 및 개별사례 모두 시·도가 주관하여 실시하고 있다. 2010년 12월 30일에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기 전까지의 국내 환자보고는 학계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2011년 말까지 7건의 사례가 인지되고 있다. 순서대로 살펴보면 2003년 및 2004년에 한국인 동남아 여행객에서 각 한 건씩 발생하였으며 모두 치료 후 회복되었다. 2008년에는 국내 체류 태국인 근로자 1명이 유비저로 응급실에 내원하면서부터 국내 첫 역학조사가 실시된 바 있다. 이 환자는 당뇨를 앓고 있었으며 태국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다가 국내에 건설노동자로 입국한 상태였다. 입국 50일 후 호흡곤란과 객담, 발열증상이 있어 태국으로 귀국을 준비하다 세균성 쇼크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하였으나, 적극적인 수액 치료 및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내원 3일 째에 사망하였다. 입국 시 신체검사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으며 태국에서 유비저균을 흡입하여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6]. 2009년에는 한국인 캄보디아 여행객이 귀국 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7]. 2010년에는 두 건이 보고되었는데, 한국인 말레이시아 근로자로서 이들은 모두 보르네오 섬 댐공사 현장에서 근무하였고 이들의 공사현장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이라 일광화상으로 팔 부위의 피부가 박리되는 일이 잦았고, 현장에서 비를 맞은 후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빗물 또는 강물에 팔의 상처가 노출되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중 한 명은 사망하였고, 항생제 치료를  빨리 시작한 다른 한 명은 회복되었다[8]. 2011년에는 법정감염병 지정 후 첫 유비저 사례가 보고되었다. 한국인 필리핀 근로자에서 발생하였는데, 폐결핵과 중복감염이 되어 유비저의 진단이 약 1년 정도 지연되었다. 폐결핵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는 폐농양으로 인해 폐좌상엽 절제술을 실시하였고, 제거된 폐조직에서 Burkholderia pseudomallei가 배양되어 확진되었다. 현재까지 치료 중이며 경과는 양호하다. 상기와 같이 현재까지 국내에 보고된 사례들은 증상과 해외 거주력, 잠복기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모든 사례를 해외유입감염으로 판단한다. 감염경로는 유비저 유행 국가의 토양과 물의 흡입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사례에서는 피부상처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비저에 감염된 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며, 국내 토양 등 자연 환경에 유비저(Burkholderia pseudomallei)균이 존재한다고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최근 국민들의 해외 체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유입감염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비저 진단을 위해서는 균배양이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유행지역이 이러한 진단 시설 및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보고되는 유비저 사례는 실제 발생숫자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많은 수의 사람이 유비저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을 내리지 못해 보고되지 않거나 무증상 감염 또는 잠복감염으로 이환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비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람 간 전파가 극히 드물다는 점인데, 따라서 감염위험지역을 파악하고 예방법을 미리 숙지하여 실천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유비저는 감염위험 지역의 물이나 흙에 상재하는 균에 감염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토양이나 빗물에 피부가 직접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특히 피부상처가 있을 때에는 가급적 외부에서의 활동이나 작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감염위험지역은 호주 북부, 태국 북동부, 중국 남부, 싱가폴, 미얀마, 말레이시아, 홍콩,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대만이며, 산발적인 증례가 보고된 지역은‘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남미, 캐리비안, 브라질 북부, 아프리카 일부지역’등이다[9]. 최근에는 쓰나미와 태풍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했을 경우 토양과 물의 노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비위험지역에서도 유비저의 유행이 보고되고 있다. 2004년 태국 남부지역의 쓰나미로 인한 6명의 유비저 유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3]. 그러므로 비위험지역이라 할지라도 기상이변이 있을 시에는 외부에서의 마스크 및 장갑 착용을 권고한다. 또한 위험지역 체류 시 발열이 있을 경우에는 그 지역의 적절한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며, 만약 그러한 환경이 아닐 시에는 신속히 귀국하여야 한다. 반면, 의료진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돌아온 여행객에서 중증 폐렴 또는 패혈증이 나타난다면 유비저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세균배양검사와 경험적 항생제 치료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유비저는 사람 간 전파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진단 후 환자격리는 필요하지 않으나 주변 근로자 및 여행객에서 유사한 증상을 가진 자가 있는지 여부는 꼭 확인해야 한다. 또한 치명률이 높고 많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 유비저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여행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여 해외유입 감염을 예방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참고문헌

1. White NJ. Melioidosis. Lancet 2003 361:1715-22.
2. Cheng AC and Currie BJ. Melioidosis: epidemiology, pathophysiology, and management. Clin Microbiol Rev 2005;18:383-416.
3. Chierakul et al. Melioidosis in 6 Tsunami Survivors in Southern Thailand. Clin Infect Dis 2005;41:982-90.
4. Donald E. Woods et al. Current Studies on the Pathogenesis of Melioidosis. Microb and Infect 1999:157-162.
5. Ngauy V et al. Cutaneous Melioidosis in a Man Who Was Taken as a Prisoner of War by the Japanese During World War II. J Clin Microbiol 2005 43:970-2.
6. Hye-Min Lee et al. A Case of Disseminated Melioidosis in a Migrant Worker from Thailand. Korean J Lab Med 2009;29:140-4.
7. 주간건강과질병. 2010. 질병관리본부. 3권 17호.
8. 주간건강과질병. 2010. 질병관리본부. 3권 11호.
9. Currie, BJ et al. The global distribution of Burkholderia pseudomallei and melioidosis: an update. Trans. Royal Society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ne. 2008;102:S1-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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