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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후성유전체 연구와 생명윤리
  • 작성일2013-10-11
  • 최종수정일2013-10-11
  • 담당부서감염병감시과
  • 연락처043-719-7166
한국인 후성유전체 연구와 생명윤리
Korean Epigenome Project and bioethics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 형질연구과
고인욱


I. 들어가는 말

  지난 8월 7일 미국 보건복지부(Dept. of Health & Human Services)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은 통상 HeLa 세포(HeLa cells)로 알려진 고(故) Henrietta Lacks의 종양에서 유래된 세포의 전장유전체정보(whole genome data)에 대해 생명의과학 연구자의 제한적인 접근(controlled access)을 허용하기로 가족과 양해(understanding)에 도달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하였다[1]. 현존하는 인간 세포주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세포주의 전장유전체정보에 대한 접근은 본 세포주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에게 가치 있는 참조 수단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Lacks 가족의 양해가 향후 인류가 가져올 의학적 진보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미국 NIH 원장 Francis Collins 박사의 전언도 함께 전해졌다.

  이번 사례를 통해 과학의 진보에 대중의 참여가 협력자로서 필수적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전장유전체 분석 연구 등의 생명과학 연구에 있어 인간 피험자 보호에 대한 근원적 개혁방안을 모색하여 향후 연구 참여자의 프라이버시, 동의에 대한 추가 개혁방안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구자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면, 연구 시료를 제공한 사람의 인지나 허락 없이 연구의 표본 사용과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자료 생성을 허용하고 있는데, 날로 진보하고 있는 유전체학과 컴퓨터학 기술로 인해 연구 참여자의 제공 시료에 대한 신원확인정보제거(de-identification)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 참여자의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추가 개혁방안이 요구된 것이다. 특히 전 세계의 유전체분석 관련분야의 선두주자이자, 이미 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ELSI, 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를 다루는 연구를 90년대 초반부터 유전체학, 유전체의학에 적용하여 진행해온 미국에서 이와 같은 추가조치가 예고되었다는 사실은, 국민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과학의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2005년부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II. 몸 말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각 조직 및 기관의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갖고 있지만, 그 형태와 기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각각의 세포마다 특정 유전자 조합만이 발현되기 때문인데, 각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양상은 세포분화와 함께 확립되며, 이는 세포 내외의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의 전사인자 기능, DNA 메틸화(methylation), 히스톤 변형(histone modification)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여 나타나게 된다. 이들 중,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화가 없으나 세포분열 시 DNA 또는 크로마틴의 변형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양상이 다음세대로 전달되는 현상을 후성유전이라 하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 한다. 개인의 유전자가 환경, 생활습관 등에 따라 그 발현양상이 달라지며, 같은 DNA의 쌍둥이일지라도 서로 다른 유전형질을 지닐 수 있다는 점 등은 후성유전학적 요인에 의한 발현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크로마틴 접근성 등이 DNA 및 유전체와 coding/non-coding RNA를 발현하는 유전자에 나타나게 되는 것을 후성유전체(epigenome)라고 하고[2], 이러한 후성유전적 변이가 다양한 질병 기작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최근 관련 학계의 활발한 연구 활동이 진행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종료 이후 단순한 염기서열정보만으로는 질병연관성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 등이 대두됨에 따라, 미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후성유전체(Epigenome)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안되었고, 이는 후성유전체를 포함한 모든 기능적 요소(Functional Element)를 발굴하고자 하는 ENCODE 프로젝트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후 2007년 미 국립보건원의 NIH Roadmap Epigenomics Project를 통해 인간 참조 후성유전체(Human Reference Epigenome)를 분석하고자 하는 계획이 국제공조/협력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확장된 국제인간후성유전체컨소시엄(IHEC, International Human Epigenome Consortium)으로 출범되었고, 2013년 현재 7개국/기관의 공식참여로(1차적으로) 2017년까지 조직화된 연구를 통해 중복데이터의 생산을 피하고, 높은 수준의 데이터 품질을 갖는 참조 후성유전체 지도 1,000여개 이상을 작성(인체세포 200-250여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도 2011년 참여의향을 밝히고 2012년 정식 가입하여 그 해 9월 IHEC의 연례회의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참여이후 5년간 50종의 표준-질환 참조 후성유전체 지도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호발 5대 만성질환(심부전, 고혈압 등 순환기계질환,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당뇨, 비만, 만성신장질환)의 정상 및 질환 대상 조직으로부터 단일 세포로 순수분리 한 후 IHEC에서 논의된 후성유전체 연구방법(Epigenome core-set: BS-WGS, Histone-ChIP-Seq, Open Chromatin-Seq, miRNA-Seq 등)으로 후성유전체 정보를 생산하게 되며, 이를 분석한 데이터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의 연구정보로 국내외 학계 등에 공개됨과 동시에 IHEC의 거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인 후성유전변이와 타 인종집단간의 비교분석 연구 등 후성유전체 변이 분석기반이 제공되어 공동연구 활성화를 통해 연구 대상 5대 호발 만성질환 관련 후성유전변이의 한국인 특이성 및 이를 통한 예측·예진마커, 나아가 치료제 개발에 관한 기반 조성 등, 우리나라의 후성유전체 연구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인 후성유전체 연구는 참여한 국제인간후성유전체컨소시엄과의 공동연구와 병행하여, 미래 맞춤의학시대의 도래에 대비한 임상현장에서의 실제 요구사항을 충족할 유전체의학 기반마련이라는 목적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전체·후성유전체 분야의 연구개발에 있어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술(NGS technology) 및 급속도로 진보하는 컴퓨터학의 발전에 따른 고해상도의 유전체 정보 분석 현실화를 통해 기존 단일염기다형성(SNP)과 복제수변이(CNV) 등 기 유전체 수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다수의 유전자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복합질환의 유전적 원인[3]을 밝힐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인간후성유전체 연구라는 점에서 그 시의 적절성은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발표 전후의 국내·외 유전체연구가 활성화되던 시기에 제기되었으나, 아직 완전하지 못한 생명윤리의 문제, 그리고 서두에서 미 오바마 행정부의 생명윤리관련 미래개혁을 언급한 것 등을 참고한다면, 인간후성유전체 연구의 향후 진행에 있어 관련한 더 많은 고민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발표 이후, 2003년 10월 32차 유네스코총회의 ‘인간 유전자 데이터에 관한 국제선언’ 및 2005년 10월 유네스코 33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생명윤리와 인권 보편선언’은 생명과학, 유전체학과 의료에 대한 일반적 윤리원칙으로서 뿐 아니라 국제 인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12.2월 전부개정, 2013.2월 시행)’을 통한 법적 의미와 효력을 검토함과 동시에 전 인류적 보편가치로서의 생명윤리를 인간후성유전체 연구의 진행에 고려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특히 인간유전체의 전 염기서열 분석을 분석하는 비용이 점점 줄어들면서, 개인의 유전자정보를 획득·분석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한 분야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는 현시점[4]에서, 1) 자기 정체성(identity)과 고유성(uniqueness)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후성유전체에 있어서는 개인의 유전자와 환경적 요소의 복합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새로운 관점에서의 개인정보보호 개념이 도출될 수도 있으며, 2) 인간 유전자에 나타나는 후성유전적 변이들은 유전체의 돌연변이와는 달리 가역성을 갖는 특성에 따라, 기존 유전체 연구에서 제기되었던 ‘낙인찍기(stigmatization)’ 문제와 같은 사회적 차별의 문제 등은 그 개념과 적용범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유전자 프라이버시(genetic privacy)의 공간적(spatial), 정보적(informational) 차원의 보호는 1) 기존 유전체 연구에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익명화(anonymization)/신원확인정보분리(de-identification)를 기본으로 국제적 추세에 따른 정보공개, 공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강화하고, 2)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면서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연구결과가 응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의 한국인 후성유전체 연구는 공동연구를 수행중인 국제인간후성유전체컨소시엄의 정책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 및 국내 생명윤리학계의 자문에 따른 연구계획 검토 등을 통해 인간 대상 연구에 있어 충분한 생명윤리적 검토를 통한 최대한의 연구 자율성의 확보를 기획·수행하고 있다. 국제인간후성유전체컨소시엄은 그 정책을 통해 ISSC(International Scientific Steering Committee, 학술운영위원회), DCC(Data Coordination Center, 정보조정센터)와 더불어 현재 5개의 세부분과(workgroup, WG)를 구성하고 있는데, 기술적 측면의 Tissue Coordination, Metadata standards, Data Ecosystem, Assay standards and quality control 등의 세부분과를 통한 높은 수준의 규격화된 데이터의 생산·공유와 더불어 생명윤리 세부분과(Bioethics WG)를 통한 각 회원국 간의 생명윤리 정책비교와 더불어 생산된 인간후성유전체 데이터의 공개·공유 시 발생할 수도 있을 문제점 등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는 본 컨소시엄의 완성시기에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오는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연례회의 시 기타 세부분과의 내용들과 더불어, 생명윤리 분과(Bioethics WG)의 논의 내용 및 일차적인 가이드라인 등이 비중 있게 제시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는 이미 생산되었거나 향후 생산될 대용량 한국인 후성유전체 데이터의 공개에 맞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및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컨소시엄의 세부분과에 알려 개정될 IHEC 정책에 반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III. 맺는 말

  인간의 유전체·후성유전체 연구와 생명과학연구 등의 진보에 있어 소위 생명윤리에 관한 국제선언 등 국내외의 생명윤리원칙들은 연구를 규제하는 법이나 지침으로 받아들여지는 보수화경향을 보이고 이는 걸림돌이 되어 생명의과학 기술의 진보를 더디게 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5]. 또한 앞서 언급된 유네스코 선언 등은 법적구속력이 없는 ‘윤리’라는 개념과 법적구속력이 있는 ‘인권’이라는 개념을 혼용하는 경향도 있어 법학자들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창기부터 유전자 연구의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함의(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 ELSI)가 강조되어 온 점 등을 상기하면서, 향후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의 한국인 후성유전체 연구(Korean Epigenome Project)가 세계적 수준의 인간후성유전체 연구수행에 걸맞은 생명윤리적 고민이 함께하여 한국인 호발 만성질환에 대한 참조후성유전체 정보생산, 예진마커, 치료제 개발 등의 맞춤형 정보를 양산하는 ‘인간을 위한’ 인간후성유전체 연구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IV. 참고문헌

1. Adey A et al. (2013) The haplotype-resolved genome and epigenome of the aneuploid HeLa cancer cell line. Nature, 500, 207-211.
2. Bernstein BE et al. (2010) The NIH Roadmap Epigenomics mapping Consortium. Nat Biotechnol, 28, 1045-1048.
3. Allis D, Jenuwein T, Reinberg D (2007) Epigenetics.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4. Lill CM et al (2012) Comprehensive research synopsis and systematic meta-analyses in Parkinson's disease genetics: The PDGene database. PLos Genet, 8, e1002548.
5. Harris J (2005) Scientific research is a moral duty. J Med Ethics, 31, 2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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