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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라북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유행 역학조사
  • 작성일2008-11-21
  • 최종수정일2021-04-15
  • 담당부서감염병감시과
  • 연락처043-719-7173

 
 

2007년 전라북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유행 역학조사


Outbreaks of Salmonella typhi at a high school in Jeollabuk-do, 2007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역학조사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장내세균팀   


Ⅰ. 들어가는 말
   장티푸스는 Salmonella typhi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 질환으로 발열, 두통, 권태감, 식욕 부진, 서맥, 비종대, 장미진, 건성 기침 등이 주요 증상 및 징후이다. 성인에서는 설사보다 변비 증상을 주로 유발하며 구토와 복통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잠복기는 최소 3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이며, 8-14일 정도가 가장 흔하다.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균자의 소변이나 분변으로 오염된 음식물 또는 음용수를 섭취함으로써  감염되는데, 감염을 일으키기 위한 균수는 106-9개 이상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10%까지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보존적 치료를 할 경우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1-3].
  장티푸스는 역사적으로 계속 유행하고 있는 질병으로 조선시대까지는 장질부사(腸窒扶斯)라 불렸으며,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총독부 기록에 의하면 1934-1943년 동안 장티푸스 등 급성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2만 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4,5]. 우리나라 통계청 및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1960년 이후 1972년까지는 매년 2,000-6,000여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매년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73년 이후로는 환자 발생이 꾸준히 감소하여 2000년대 이후로는 매년 200여 명 정도 발생하고 사망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6]. 2000년 이후 유행사례로는 2003년 경상북도 경산시 등지에서 확진자 8명의 유행이 있었다[7].
  2007년 5월 15일 전라북도 전주시 소재 1개 병원에서 관할 보건소로 장티푸스 환자가 1명 발생하였음을 신고하였다. 전주시 보건소는 역학조사 중 5월 23일 추가로 환자 1명을 더 발견하였는데, 이 환자는 최초 신고 환자와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 중앙역학조사반과 전라북도가 공동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Ⅱ. 몸 말

  1. 연구대상 및 방법


   역학조사 1차 대상자는 2007년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 온 전라북도 전주시 소재 1개 학교 2학년 학생 및 교직원으로 정의하였다. 2차 대상자는 지역사회 혹은 학교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1-3학년 전체 학생 및 교직원 950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에는 1차 대상자가 포함된다. 또한 동일 기간인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의 동일 호텔에서 숙박했던 강원도 소재 1개 학교 학생 및 교직원들을 3차 대상자로 하였다. 환자 사례 정의는 법정전염병 신고기준에 의한 장티푸스 확진자 및 의사 환자로 하였다. 의사환자란 병원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발열과 구토 혹은 발열과 복통을 호소하는 자를 말한다.
  현장 역학조사는 전라북도와 본 유행과의 관련성이 인지된 강원도, 전라남도, 제주도에 대해서 각   지역 역학조사반과 중앙역학조사반이 합동으로 실시하였다. 전라북도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 및 교내   식당 환경검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전라남도와 제주도에서는 관련성이 의심되는 호텔 및 식당 등의 조리종사자 검사 및 환경검체 검사를 하였다. 직장채변검사는 1차와 2차 대상자 및 확진자 및   일부 의심자의 가족 접촉자, 3차 대상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였으며, 1, 2, 3차 대상자 모두에게 설문조사는 임상 증상 및 식단 섭취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검체는 해당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 1차적으로 검사하였고, 확진자의 검체는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보건연구원 장내세균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PFGE(Pulsed Field Gel Electrophoresis)를 확인하여, 환자에서 분리된 균주들 간 및 국내 분리주들과의 유전적 연관관계를 비교하였다. PFGE는 Gautom(1997)의 방법을 변형하여 수행하였다[8].
  장티푸스 발병원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걸쳐 다양한 의심 요인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하였기 때문에, 각각의 의심발병원에 대한 인과관계 정도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염병 역학조사에서 이러한 분류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이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인과관계론에 대한 역학적 추론을 체계화한 힐의 분류(Hill’s criteria)와 국제암위원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 IARC)의 발암성 분류 체계를 참조하여 인과관계를 확정적(Definite), 가능성 높음(Probable), 가능성 낮음(Possible), 가능성 없음(Not Probable)으로 분류하였다[9]. 이 분류는 역학적 증거에 해당하는 시계열적 관련성, 연관성의 강도, 합리성, 유사성 및 생물학적 증거에 해당하는 임상의학적 소견, 실험실 결과에 근거를 두고 검토하여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역학적 증거 및 생물학적 증거가 모두 확실하게 타당한 경우를 ‘확정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역학적 증거는 어느 정도 추론 가능하나, 생물학적 근거가 직·간접적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가능성 높음’으로, 역학적 증거에 대한 추론이 일부 가능하지만 생물학적 증거는 간접적 수준 이하일 경우 ‘가능성 낮음’으로 분류하였다. 그보다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가능성 없음’으로 보았다.
  조사 결과는 후방향 유병 연구(Backward prevalence study)로 설계하여 통계 분석을 시행하였다. 통계 프로그램은 SPSS 10.0 for Windows(Korean version, Chicago, IL)를 사용하였고 유의수준은 0.05로 하였다. 확진자에 대해서는 사례 모음(Case series) 조사도 병행하였다.

 

 2. 조사결과


  1차 대상자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14명 및 교직원 23명, 2차 대상자는 학생 860명 및 교직원   90명(조리종사자 7명 포함) 그리고 3차 대상자는 학생 33명 및 교직원 8명(조리 종사자 3명 포함)이었다. 1차 대상자 237명 중에는 확진자 11명(5.1%), 의심자 16명(7.5%)의 총 27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교직원 23명 중에는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2차 대상자 중에서는 확진자가 12명(1.4%), 의심자 27명(3.1%)으로 총 39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3차 대상자에서는 의심자만 12명(36.4%)이 나타났다.  2차 대상자에 속한 추가 확진자 1명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었다(Table 1).

  1차 대상자였던 27명의 환자 중 20명에서 발병일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확진자 11명 중에서 발병일을 확인한 사람은 9명이었다. 환자들의 발병일별 분포를 살펴보면 4월 20일을 전후하여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였으나 확진자만을 대상으로 파악하면 4월 21일부터 5월 16일까지 지속적·간헐적으로 한 명씩 발병한 양상이었다(Figure 1).


  2차 대상자에 속한 환자 39명 중 발병일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는 25명으로, 이 중 1차 대상자가  20명이고 2차로 추가된 사람이 5명이었으며, 이들의 발병일은 5월 20일부터 5월 23일 사이에 포함되어 있었다. 3차 대상자였던 환자 12명 중 발병일을 확인한 사람은 11명으로 이중 10명이 수학여행   직후인 4월 19일부터 4월 23일 사이에 발생하였으나 확진자는 없었다. 임상양상은 주로 복통, 두통,  발열, 오심, 후중감, 구토, 오한 등이었다. 1, 2, 3차 대상자 전체를 대상으로 각 집단별로 증상의 빈도를 확인하였으며 1, 2, 3차 대상자 모두에서 복통이 각각 27.4%, 13.9%, 58.5%로 가장 흔한 증상이었다(Table 2).

  장티푸스 확진자는 3개 학년 전체에서 모두 12명으로 확인되었으며, 수학여행에 참가했던 2학년이 11명,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았던 1학년이 1명이었다. 거주지 주소와 교실 배치에 대한 분석에서는 특별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PFGE 결과는 3번째 사례만을 제외한 11명에서 100% 동일하였다. 확진자 중 동일한 성씨를 가진 학생이 4명 있어 인척 관계 여부를 조사하였으나 상호 무관하였다. 또한 확진자 중 같은 반 학생들의 경우 상호 친밀도를 조사하였으나 단짝 수준 정도로 친한 경우는 없었다. 확진자들의 수학여행 당시 숙박한 방 배치에 대해서도 조사하였으나 특별한 공통점은 없었다(Table 3).

1학년 확진자 1인에 대해서 심층 조사를 하였는데, 임상 증상이 전혀 없었으며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학년 학생 중 친한 사람도 없었다. 또한 이 학생을 포함하여 학교 전체의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조사하였으나 확진자 간 동아리 활동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동아리 활동  자체가 활발하지 않았고 같이 음식물을 취식한 경우도 없었다. 1학년 학생의 가족 4인(부, 모, 동생 2인)에 대해서도 분변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양성자는 없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두 학교 학생에서 공통적으로 설사 환자가 상당수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전술한 환례정의와는 별도로 수학여행 이후 3회 이상의 설사(평소보다 묽은 변, 쌀뜨물 같은 변, 점액성 변, 혈변 등)가 나타난 두 학교 학생들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1차 대상자에서는 44명의 환자가 있었고 이 중 발병일을 확인한 40명을 분석한 결과 수학여행 직후인 4월 20일에 최고치를 보였다. 3차 대상자에서는 33명의 환자가 있었고 발병일 확인이 가능했던 20명에서 4월 19-20일에 최고치를 보였다.
  1차 대상자에 속한 237명 중 설문에 응답한 214명에 대해 수학여행 기간 동안 전라남도와 제주도에서 취식한 모든 식단에 대한 섭취 여부를 조사하여 분석하였다. 각 식단에 대해 섭취한 사람과 섭취하지 않은 사람 간의 발병률을 확인하였고, 교차분석을 통해 90% 신뢰수준에서 유의성을 갖는 변수 다섯 가지에 대해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95% 신뢰수준)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섭취군에서 환자 발생이 더   많으면서 95% 신뢰수준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이는 것은 4월 17일 저녁 양배추(샐러드)로 나타났다(Table 4). 3차 대상자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설문 응답자 36명에 대해 분석하였다. 식단 각각에 따른 교차분석에서 90% 신뢰수준에서 유의한 의미를 보이는 변수는 김치, 양배추, 숙주나물, 두부조림이   있었으나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90%, 95% 신뢰수준 모두에서 유의한 변수는 없었다.

  전주 소재 학교의 교내 급식은 직영급식 형태였고,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동일한 음식을 3-2-1 학년 순으로 배식하였다. 식자재는 2주마다 발주하여 외부 공급업체가 매일 아침 하루치씩 공급하고  있었다. 식수는 복도에 정수기가 비치되어 있으나 이번 유행 이후 철거하였고, 급식실에서는 수돗물을 끓여서 공급하고 있었다. 이 끓인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양성으로 확인되었으나 음용수를 끓여서 제공하는 통상 시간(2-3시간)을 2-3시간 초과한 상태에서 채취한 사실을 파악하여, 다시 일상적인 사용 시간 내에 음용수를 채취하여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교내 매점은 없었으며 학교 근처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분식집을 포함한 음식점은 없었다. 2007년 4-5월 중 학교 측 행사 일지를 검토하였으나, 수학여행 외에는 외부에서 급식을 실시한 적은 없었다. 또한 동 기간 내 교내 가정실습도 없었다. 이  학교 학생 중 2007년 1월부터 약 한달 간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 온 학생 1인이 체류 당시 발열과 두통으로 진통제 등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조사 결과 구토, 복통, 오심, 설사 등의 증상은 없었으며, 귀국 후 수차례 발열이 있어 인근 개인의원에서 인플루엔자 의심 하에 치료를 받았다고 하였다.   이 환자에 대해서는 두 차례 반복하여 채변 검사를 하였으나 음성이었다. 한편 2007년 전라북도에서  보고된 장티푸스 3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였으나 모두 이번 유행과는 공통점이 없었고, PFGE 결과도 달랐다.
  1차 대상자 학생들이 수학여행 마지막 날 점심식사를 했던 전라남도 M시의 식당도 조사하였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물은 상수도이며 지하수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종사자는 업주 1명, 조리자 1명(업주 배우자), 상근 조리 보조자 1명 등 총 3명이었고 부정기적으로 업주의 가족(자녀 2인)이 영업을 보조하거나, 손님이 많을 경우 또는 성수기에는 부정기적으로 일용직을 외부에서 고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식사를 한 2007년 4월 19일에는 외부 고용자 없이 업주, 조리자, 상근 조리보조자, 업주 딸 등 총 4명이 근무하였다고 했다. 학생들 중 다수가 이 식당의 음식 중 꽃게탕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고 하였으나 시일이 많이 지났고 보존식이 없어 검사는 불가능하였다. 종사자 4인에 대한 채변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수학여행 중 학생들이 숙박한 A호텔은 전용 상수도(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지하에서 염소소독 후 옥상의 물탱크에 저장 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시설은 2007년 4월 30일에 정기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고, 염소소독제는 2-3개월마다 한 번씩 구입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식수는 총 8곳의 정수기를  통해 공급하고 있었으며, 정수기 관리는 관련 업체와 계약하여 정기적으로 유지 및 관리하고 있었다.  저장된 물과 정수기의 음용수는 채취하여 검사를 하였으나, 보존식은 사건 발생 추정 시점으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났으므로 검체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 외 종사자 10인에 대해 채변검사를 실시하였다. 다른 모든 검사에서 결과는 음성이었으나, 전용 상수도에서는 대장균 양성이었다. A호텔에는 2007년  3월부터 5월까지 총 6개 학교가 투숙하였으며,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이번 유행 이후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운영하였으나 추가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전주 학생들의 투숙 첫날, 태국인 1명(여성)이 복통을 호소했다는 보고가 있어 조사를 하였다. 이 태국인은 전주 학생들 투숙 직전인 2007년 4월 15일부터 16일까지 A호텔에 투숙하였으며 투숙한 객실은 서로 달랐다. 숙박시설 과거력 조사에서, 2007년 4월 25일 A호텔에 투숙한 수학여행 학생 187명 중 12명(6.5%)에서 집단 설사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 중 9명이 장관응집성 대장균(Enteroadhesive Escherichia coli ; 이하 EAEC)으로 확진되었으나 환경 검체에서는 확인된 것이 없었다. 한편, 기상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수학여행 시작 전날인 2007년 4월 15일에 J 지역에 18.0mm의 비가 내렸다[10]. 그 외 전주 학생들이 이 지역에서 이용한 식당 2개소 종사자 10명 및 환경검체를 검사하였으나 모두 음성이었고, 식수는 상수도였다.


 3. 집단발병 원인 분석


  이번 장티푸스 유행이 지역사회 혹은 교내 감염일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단, 집단발병 12명 중 1명은 유전자형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향후 기술하는 집단발병 분석은 유전자형이 동일한 11명(2학년 10명, 1학년 1명)을 기준으로 하였다. 1명의 다른 유전자형 감염 환자는 별개의 감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전주 시내에서도 특정 학교 학생들에게만 발병이 집중되었고, 학교 소재지는 물론 시내 전역에서도 추가 환자 발생 보고가 없었으며, 발병 학생들의 가족 검사에서도 양성자가 없었다. 또한 2007년 전라북도 내 장티푸스 개별 감염 3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였으나, 유전자형이 모두 다르고 역학적인 관련성도 없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증거가 없고, 역학적 추론도 어려우므로 이번 유행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Not Probable).
  교내 급식이 원인이라면 특정 시기, 특정 학년에만 발병이 집중된 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2차 대상자 분석에서는 다른 환자들과 동일한 장티푸스 유전자형을 가진 확진자가 1명 추가되었다. 이 학생은 2학년 수학여행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발병자가 많았던 2학년 특정 학급 학생들과 동일한 화장실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화장실을 통하여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추론할 수가 있다. 물론 그럴 경우 전체 감염자가 화장실을 통하여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나, 장티푸스균이 감염 및 발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비교적 많은 수(106-9개)의 균이 필요하며 공기 중 생존 시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1-3], 모든 감염자가 화장실 공동 사용을 통해 감염되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한 환자가 학교 2개 층에 걸쳐서 골고루 분포된 점을 볼 때 지표 환자(Index case)가 둘 이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는데 이는 역학적·임상의학적으로 볼 때 현실성이 없는 무리한 전제이다. 환자로 확인된 학생들 중 2개 층의 화장실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한편 현장 역학조사에 의하면 급식 배식이 학년 순서로 이루어지기는 하나 식단을 학년별로 구분하지 않으며,   실제로 각 학년의 경계 시점에서는 학년 순서가 반드시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상의 분석을 종합해 볼 때 교내 급식에 의한 감염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하였다. 또한 교내 급식실에서 제공하는 음용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으나 재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되었으며, 끓인 수돗물에서 일정 시간 후 대장균 오염이 발생하였다 해도 이 경우 분변 오염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곤란하다. 따라서 교내 급식의 경우에도 생물학적·역학적 증거 모두 희박하므로 ‘가능성 없음(Not Probable)’으로 분류하였다.
  학교 밖에서 감염된 환자가 있어 교내 집단발병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고려해 보았다. 이 경우 역학적으로 교내 급식 가능성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표 환자가 둘 이상이어야 하며 그 유전자형도 동일하여야 하는 등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나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구나 지역사회 감염과는 다른 유전자형을 보이고 있으므로 생물학적 증거에서도 가능성이 낮다. 해외여행을 한 학생으로부터 감염이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검토하였으나, 11명의 학생이 동일하게 감염된 장티푸스 유전자형이 국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형과 유사하였기에 이 또한 가능성이 낮았다. 이상의 결과로 학교 밖 감염에 의한 집단발병은 ‘가능성 없음(Not Probable)’으로 분류하였다.
  3차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았으나 장티푸스 확진자는 없었고, 노출 추정 시점과 발병일자   사이의 잠복기가 너무 짧아 장티푸스로 보기에는 타당성이 낮았다. 설문조사에서 강원도 학생들은 양배추를 취식한 학생이 4명(환자 1명, 정상 3명)밖에 되지 않아 감염 위험 자체가 낮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행이 전라남도 M시의 식당에서 기인하였을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식당 감염은 종종 발생하므로   가능성은 있지만 식당에서 상수도만 사용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합리성이 떨어지고, 식단 분석에서 유의한 식단이 없었기 때문에 역학적 추론의 가능성이 낮았다. 한편 조리 종사자 및 환경 검체에 대한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인 직·간접적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경우도 ‘가능성 없음(Not Probable)’으로 분류하였다.
  수학여행 시 학생들이 방문했던 제주도의 외부 식당 2개소에 대해서 시계열적 관련성, 유사성 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식단 설문지 분석에서 유의성을 갖는 식단이 없었다. 조리 종사자 및 환경검체에서도 모두 음성 소견이 나왔으며, 지하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에서 역학적·생물학적 가능성은 낮아 ‘가능성 없음(Not Probable)’으로 보았다. A 호텔 역시 시계열적 관련성 및 유사성에 있어서 위의 식당 2곳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었다. 이 호텔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고, 지하수 검사에서 대장균 양성으로 확인되었다는 점, 대장균 오염은 분변 오염을 시사하며 장티푸스는 분변 오염 시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동 호텔에서 2007년 4월에는 9명의 EAEC 양성 환자 집단 발병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학적 인과관계 추론이 가능하였다. 식단 설문조사 결과에서 2007년 4월 17일 취식한 양배추(샐러드)의 상대위험비가 3.796 (1.365-10.555)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고 의심자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4월 20일에 증상이 발생하여 잠복기 범위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호텔 종사자는 모두 장티푸스 음성인 점, 지하수에서 장티푸스균이 검출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생물학적 증거는 간접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학여행 기간 전날인 동년 4월 15일에 이 지역에 18.0mm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고, 이 지역은 주로 다공질 암석인 현무암 지대로 구성되어 강우 시 지표 근처 오염   물질이 비교적 쉽게 지하수로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생들이 A호텔에서 사용한 음용수가 장티푸스균에 오염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강우 이후 식수원 오염으로 인해 장티푸스가 유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임현술 등(2003)이 보고한 바 있다[11].
  한편 전주 소재 학교와 강원도 학교 모두 설사 환자가 많았던 사실을 밝혀, 이에 대한 별도의 분석을 실시한 결과 두 학교 모두에서 2-3일의 짧은 잠복기와 노출 3-4일 후 발생 최고값을 보이는 동일한 양상의 유행곡선을 확인하였다. A 호텔에서는 2007년 4월 25일 EAEC에 의한 집단 설사환자 발생 사실이 있었고, 금번 조사에서도 지하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점을 볼 때, 장티푸스 유행과는 별개로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설사 환자 집단발생의 유행도 있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이는 수학여행 기간 동안 최소한 분변에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생물학적 증거라 하겠다. 박정한 등(1994)도 의심 식수원인 지하수에서 장티푸스균 자체는 증명하지 못하였지만 대장균 존재를 증명하였고, 이를 분변 오염의 증거로 파악하여 유력한 감염원으로 추정하였다[12]. 따라서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역학적 증거를 타당하게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고, 생물학적 간접 증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 높음(Probable)’으로 판단하였다.
 

 

Ⅲ. 맺음말

 

   이 조사는 의심요인에 노출 추정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환자가 발생하여 조사를 하였기 때문에, 조사대상자들의 기억회상 편견(recall bias)으로 인해 환례정의 및 설문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확진자 외 의심자는 비교적 좁은 범위의 증상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민감도보다는 특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분석하였다.
  이 조사에서 밝혀진 의심자 및 환자의 증상 분포, 환례정의에 해당하는 증상들은 기존에 알려진 것들과 대체로 일치하였으며, 최근 파키스탄에서 장티푸스 환자 33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조사에서 파악한 증상들과도 다르지 않았다. Siddiqui FJ 등(2006)에 의하면 장티푸스 환자에서 발열(99.4%), 복통(19.1%), 기침(16.8%), 구토(12.6%) 등의 순서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였다[13]. 식단 분석에서는 양배추가 유의한 결과를 보였으나, 양배추에 관련하여 정확한 원재료 원산지 및 확보 경로, 조리 방법 등에 대한 조사는 여건이 되지 않아 실시하지 못하였다.
  양배추 요리가 샐러드 형태였는데, 장티푸스균에 오염된 지하수로 양배추를 씻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호텔 인근의 지하 시설에 대한 조사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못했던 한계점이 있었다. 1996년 전주 지역에서 발생한 232건의 장티푸스 환자 사례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환자들의 증상 발현이 주요 증상의 경우 30% 안팎에서부터 96.6%까지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이 유행에서는 증상 발현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14]. 이는 과거에 비해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었거나 혹은 장티푸스균이 일정 부분 약독화 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게 한다. 증상 발현율이 낮아 환자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했고, 따라서 시간이 상당히 흐른 후 역학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여 결국 감염원을 규명하지 못하고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Ⅳ.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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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기상청. 기상청 홈페이지. 날씨달력 제주 [cited 2007. July 20]. Available from: URL: http://www.kma.go.kr
 11. 임현술, 임상혁, 이관, 민영선. 2003년 경상북도에서 감시체계로 인지된 장티푸스의 발생원인. 한국역학회지 2004;26(1):59-68.
 12. 박정한, 이주영, 이도영. 경북 영일군 오천 중·고등학교 집단 장티푸스 발생 역학조사. 한국역학회지 1995;17(1):94-104.
 13. Siddiqui FJ, Rabbani F, Hasan R, Nizami SQ, Bhutta ZA. Typhoid fever in children: some epidemiological considerations from Karachi,
       Pakistan. Int J Inf Dis 2006;10:215-22.
 14. 이덕수, 오형태, 한동호, 안병이, 김세화, 김귀완 등. 1996년 하계 및 추계에 전주지역에서 발생한 장티푸스 유행의 임상역학적 분석. 감염
       1998;30(1):5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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